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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에 흔들리는 한국GM 부평 공장, 지역 경제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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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부평공장 사진입니다.
한국GM 부평공장

트럼프 관세 폭탄에 흔들리는 한국GM 부평 공장, 지역 경제 '먹구름'

1. 관세 폭풍 전야, 불안감 감도는 한국GM 부평 공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수십%의 관세를 부과한 4월 3일, 인천 청천동에 위치한 한국GM(제너럴모터스) 부평 공장 주변은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축구장 136개 면적을 합한 것과 비슷한 약 100만㎡(30만평) 크기의 거대한 공장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직원과 차량의 움직임이 분주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는 이곳에 드리운 불안한 그림자를 짙게 만들었다. 공장에서 만난 한국GM 직원들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조차 한국GM이 관세 장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공장 문을 닫게 될까 깊이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2. "부평 경제의 심장" 흔들리나… 지역 주민들의 불안한 시선

"이 골목이 다 한국GM 협력업체이고, 저 큰 차량은 다 GM공장 들어가는 차들이에요. 부평의 절반이 한국GM이라고 봐야 합니다." 공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은 한국GM이 단순한 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부평 지역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GM은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곧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GM 본사 입장에서 굳이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야 할 이유를 희미하게 만들고, 최악의 경우 공장 철수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적 불안감과 함께,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터전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깊은 걱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3. 멈추지 않는 공장, 감춰진 위기감… 생산량 감축의 그림자

관세 부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한국GM 부평 공장은 겉으로는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는 듯 보였다. 정문 안쪽 두 개의 거대한 굴뚝에서는 흰 연기와 수증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고, 막 조립을 마친 듯한 신차들은 대형 트럭에 실려 공장 밖으로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공장 입구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하는 최(55) 씨의 이야기는 이러한 활기찬 모습 뒤에 감춰진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하루에만 870대의 차량이 공장 밖으로 나갔다. 대부분 수출용이라 여기서 바로 인천항으로 간다"고 설명하면서도, 공장에 들어가던 또 다른 직원의 "올해부터 빨간날(휴일)에는 생산을 멈췄다. 작년에 관세 얘기 나오기 전까지는 365일 돌아가던 곳인데, (관세 얘기가 나오면서) 생산량을 줄인 것이다.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말에서 이미 생산량 감축이라는 현실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4. 협력업체의 절박함, 개발 부서의 미묘한 온도차

공장 서문을 나서던 한 직원은 내부 분위기를 전하며 "내부는 생산과 개발 2개로 공장이 나뉘어 있다. 아무래도 생산 쪽이 작년 말부터 예민해지고 있고, 개발 쪽 분위기는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의 생산량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생산 부서와 달리, 장기적인 연구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 사이에는 아직 체감하는 위기감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무복 차림에 안전모자를 쓰고 공장을 나서던 한 협력업체 직원의 "다른 곳으로도 근무를 나가지만 한국GM이 메인이라 (철수하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거다. 우리와 비슷한 전기 공사업체는 5~6곳이지만 다른 건축·설비 업체가 정말 많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절박한 외침은 한국GM의 위기가 곧 수많은 협력업체의 생존 문제로 직결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5. 점심시간의 씁쓸함… 식당가 상인들의 깊은 우려

점심시간이 되자 공장 서문 인근의 식당가로 쏟아져 나온 직원들로 거리는 활기를 띠었지만, 이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상인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36) 씨는 "점심뿐만 아니라 한 번에 몇십만원씩 매출이 나오는 저녁 회식도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만약 (한국GM이) 빠진다면 피해가 아주 크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과거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당시 지역 상권이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며 "한국GM이 나가면 다른 기업이 들어올 것이란 말도 있는데, 군산처럼 될 수도 있고 쇼핑몰이 들어와도 우린 타격"이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깊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6. 군산의 아픈 기억… 되풀이될까 우려하는 부평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고 2011년 한국GM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2018년 군산 공장을 폐쇄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한국 정부로부터 8100억 원의 지원을 받는 대신 2027년까지 한국GM을 유지하기로 약속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라는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면서 과거 군산의 비극이 부평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산 공장 폐쇄 당시 군산 시민의 약 25%가 직간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은 부평 지역사회에 더욱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GM 부평 공장 주변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55) 씨는 "점심 손님 대부분이 공장 직원"이라면서 "(한국GM 철수설은) 좋은 일이 아니라 다 말을 아끼고 쉬쉬한다"고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한식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김(35) 씨 역시 "방금까지도 손님 대부분은 GM 분들이었다"며 지역 경제에서 한국GM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을 강조했다.

7. 지역 사회의 위기감 고조… 만약의 사태 대비 움직임

청천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엄경선(52) 씨는 "군산공장이 폐쇄됐을 때 이곳으로 발령 온 분들이 많아 거래가 늘었었다"며 과거 사례를 언급하면서도, "오는 고객의 20% 정도밖에 되진 않지만 (한국GM이 떠나면) 이 지역 상권에 타격은 확실히 클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방자치단체와 한국GM과 거래하는 기업들 역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현황 파악에 나섰다. 인천시는 "인천 내 한국GM 1차 벤더사만 47곳에 달한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이들을) 지원해야 할 수도 있어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 있는 2,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한국GM 협력사는 약 30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한국GM과 거래하는 인근의 한 금융기관은 "한국GM이 (우리 쪽에) 예치한 자금만 5000억원이 넘는데 다른 곳까지 하면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혀 그 경제적 파급력을 짐작게 했다.

8. "부평의 절반" 굳건하길…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

지역 사회 곳곳에서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시민들은 한국GM의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인근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정현일(37) 씨는 "한국GM은 부지도 크고 협력업체도 많다. 부평의 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떠나지 않고 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 기사 이(70) 씨 역시 "직원, 협력사에 가족까지 합치면 딸린 식구들이 수만 명"이라며 "한국GM이 철수하면 부평과 인천뿐 아니라 국가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깊이 우려했다. 공장 담벼락에 그려진 수많은 자동차 그림들은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시민들은 이러한 역사가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9. 전문가의 냉철한 분석, 남겨진 선택지는?

유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8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철수를 거론하면서 정부 지원을 유도했다. 이번에도 관세를 명분으로 철수할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라고 냉철하게 분석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의 높은 전후방 연계성을 강조하며 "GM의 수출량이 35만대 정도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관세와 상계시킬 수 있을 정도의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이고 유일한 선택지"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이라는 외부적인 위협 앞에서 한국GM과 지역 사회가 어떤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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