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국 125% 관세 폭탄… G2 무역 전쟁, 보복의 늪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에 무려 125%에 달하는 관세 부과라는 초강수를 두며 미·중 무역 전쟁이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경제의 두 축인 G2 국가 간의 갈등이 끝없는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트럼프, 초강경 카드 꺼내 들었지만 "확전 원치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 확산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고 칭하며, 결국 양국 모두에게 "매우 좋은 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25% 관세는 사실상 중국산 제품에 대한 금수 조치와 다름없는 극단적인 조치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추가적인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한 것이다.
협상 재개 기대감 내비친 트럼프, '유화 제스처' 해석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믿으며, 그가 협상을 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화가 오면 바로 시작될 것"이라며, 이는 양국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이상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상할 수 없다",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시 주석과의 만남이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론 그와 만날 것"이라며 "그는 내 친구이고 나는 그를 좋아하며 존경한다"고 개인적인 친밀함까지 드러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우회로' 전략으로 해석하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제시했다. 강경 일변도의 중국을 상대로, 오히려 유화적인 제스처를 통해 협상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강경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정치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시 주석의 권위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통해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전문가 "변덕스러운 美 정책, 신뢰도 하락 초래" 경고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관세 전쟁의 격화 속에서도 동맹국과의 관계 완화를 모색하는 의도를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관세 전쟁은 미국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하고 변덕스러운 정책 결정이 반복될수록 미국의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맞불 관세' 발효… 추가 보복 가능성은?
미국의 초강경 관세 조치에 맞서 중국 역시 이미 예고한 대로 84%의 대미 '맞불 관세'를 10일 발효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추가적인 보복 조치가 단행될 경우, 미·중 간의 관세 전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중국은 중국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고 박탈되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추가적인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인 할리우드 영화 수입을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영화 심의 및 수입 허가 기관인 국가전영국 대변인은 "미국 영화의 수입 수량을 적절히 줄일 것"이라고 밝혀, 무역 갈등이 문화 영역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U, 미국의 철강 관세 보복 보류… 국제 공조는 미지수
이러한 미·중 간의 첨예한 갈등과는 대조적으로,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를 90일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중 무역 전쟁과는 별개로, EU가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국제 공조의 방향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론
미국의 전례 없는 고율 관세 부과와 중국의 강경한 맞대응,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다소 모순적인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G2 간의 극한 대립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